[렛츠리뷰]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 감상

[렛츠리뷰]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


00. 책장을 펴다
  이 책은 가볍다. 책을 펼치면 담백한 느낌의 종이가 독자를 맞이한다. 종이 위에 인쇄된 글자도 독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로 앉아 있다. 담백하다. 그것이 이 책의 첫인상이다. 그 첫인상만큼이나 이 책의 내용은 담백하다. 클라이막스까지 끌어올리는 법 없이 소소하게, 조곤조곤 이야기한다.
  이 책의 특징을 꼽으라면 이 소소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. 격한 감정 없이,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무던함이 책에 담뿍 들어 있다. 다른 사람의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따라가는 듯한 그 시선이 서술을 책임지고 있다. 그렇기에 책 바깥의 사람들도 책 안의 이야기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. 급격한 감정의 굴곡이 아닌, 진득하게 시선으로 따라가며 공감하는 이야기. 그것이 「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」이다.




01.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살아가는 '나'
  이 이야기 속 주인공 '나'는 '죽은 사람을 본다'고 말한다. 그러나 '나'에게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경계는 흐릿하다.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, '나'에게는 거의 똑같이 보인다. 죽은 자와 뒤섞여 살아가는 셈이다. '나' 역시 그것에 큰 구분을 두지 않는다. 죽은 자를 산 자 보듯이, 산 자를 죽은 자 보듯이 보며 살아간다. 그 어중간한 상태에서 벗어나기를 거부하는, 벗어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. 죽은 사람이 보인다고 해서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. 죽음을 큰 '이벤트'로 받아들이지 않고, 단순히 인생의 한 부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. 무덤덤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'나'는 삶과 죽음을 가로지른다. 무관심한 듯이, 그저 지켜보는 듯이 그렇게 삶과 죽음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.




02. 객관과 주관 사이
'나'의 직업은 대필작가이다.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소설가가 아닌, 타인이 써달라 의뢰하는 글을 쓰는 대필작가이다. 그렇다 보니 다른 이들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. 소설을 써보라는 의뢰를 받기도 하지만, 의뢰인의 죽음으로 소설가로서의 길은 막히고 만다. 객관적인 글을 쓰는 '나'의 세계는, 죽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그 힘을 더해간다. 그렇게 객관과 함께 살아가는 '나'는 그 수많은 객관 사이에서 주관을 찾아낸다. '죽은 사람' 사이에 끼어 아무렇지도 않게 '나'와 접촉하는 장 선생과 아내가 그것이다. 주관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어 준 장 선생과, 잘 들어맞는 예감을 통해 주관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던 아내의 등장은 '나'에게는 주관의 상징이다. 죽은 사람이 보인다는, 매우 주관적일 수 있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'나'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과의 만남만을 지속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아주며, 그 객관의 바다에서 조용히 안내를 해준다. 죽었음이 분명하지만 마치 산 사람처럼 '나'에게 다가와 '나'의 객관의 세계를 흐트려놓는 것이다. 그 가운데서도 '나'는 평정을 잃지 않는다.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, 특별할 것 없다는 것처럼 죽은 자들과 접촉하고 그간 그랬던 것처럼 살아간다. 객관과 주관 사이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, 아니면 그 사이에 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렇게 살아간다.




03.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이 열리다
책의 제목이기도 한 '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'은 아내의 말이다. 작중에서 '나'는 이것이 아내가 한 말임을,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풀어두고 있다. 그러나 그 의미는 '아홉 번째 집'에 한정되어 있다. '두 번째 대문'에 대한 언급은 없다. '나' 역시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 못하겠다 말한다. 다만 계속해서 '어중간한' 상태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'나'의 모습을 통해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.
  아내의 죽음은 '나'에게는 큰 사건이다.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, 아내의 존재는 서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. 그렇기 때문에 아홉 번째 이사 온 집에서 죽은 아내에게서 두 번째 대문을 찾아야 한다. 그 대문을 지나야만 '나'는 죽은 아내를 만난다. '나'가 아내를 접할 수 있는 곳은 집, 그리고 아내의 '지방'이다. 아내에게 무언가를 전해줄 수 있는 지방, 그 종이. 그 종이에 담긴 아내가 이야기 마지막이 되면 나타나는 것은 '나'가 아내로의 대문을 열었기 때문이다. 그 대문은 그저 지켜보기만 했던 죽은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열린다. 장 선생과 대화하며 두 번째 대문을 인식하고, 그렇게 아내와 만난다.
  '사람은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외롭다'.
  이야기 전체를 꿰뚫는 이 문장은, '나'가 아내와 만나는 두 번째 대문을 열기 위한 열쇠다. 죽은 사람이건 산 사람이건 그저 지켜보고, 관여하지 않은 채 외롭게 살아가던 '나'가 죽은 장 선생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그 열쇠를 깨닫고 마침내 아내를 만나고, 다시금 개를 키우게 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래게 되는 것은 두 번째 대문을 열었기 때문이다. '나'에게 남은 것은 아내가 준 두 번째 대문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다. 그 시작은 함께 살게 된 몽이다. 그래도 아마 '나'는 계속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삶과 죽음 사이를 걸어갈 것이다. 두 번째 대문을 누군가 다시 두드려주기를 기다리면서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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